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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하나를 위해 전부를 바치지 말라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은 재일 한국인 2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강상중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도쿄대 정보학연구소 교수, 세이가쿠인대 총장을 거쳐 현재 무마모토현립극장 관장 겸 이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책 제목을 '강상중의 자서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저자가 일의 의미를 찾으며 겪었던 좌절과 혼란의 과정이 많이 나옵니다.


저자는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책 중간중간에 '나다움' '자연스러움'이라는 말이 자주 나와요. 나답게 사는 삶이란, 억압과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고-억지로 말고 자연스럽게 사는 삶 아닐까요. 저자는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란 내게 맞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나다움'에 지나치게 얽매여 "난 이거 아니면 안 돼", "이것이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라는 생각으로 일에 임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일단 한번 내딛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 다운 게 뭔데?"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가 있죠. 우리는 스스로 '나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일이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라면 그 입장권 자체를 받기가 힘듭니다. 입장했다고 해도 끊임없이 덮쳐오는 일에 그저 쫓기기만 할 뿐입니다. 천직이라 믿었던 일도 막상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도 많고요. 그리고 효율이나 성과를 바라는 직장에서 '나다움'을 추구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저자는 그런데도 버텨내면서,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퍼센트 맡기지 말라'고 합니다. 일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삶의 방식도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 붓지 않는 것, 스스로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꿈을 이루려면 모든 것을 바쳐라."


"열정과 헌신을 다 해 최선을 다하라"


"간절히 원하는 단 하나에 몰두하라"


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일에 나의 전부를 쏟아 부으며 열정을 다하지 않는 것은 불성실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자기방어책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역점을 두는 대상을 몇 가지로 분산시켜둔다면 일이 잘 안 풀려 큰 피해를 보고 낙담하게 되었을 때도 그런 나를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받은 상처 또한 일이 아닌 다른 종류의 보람으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일로만 가득 찬 버거운 삶을 살고 있다면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정신적으로 몹시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돌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중단되었을 때 그 프로젝트에 온 몸과 마음을 바치던 사람이라면 '내 인생은 이제 이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 때 내 안에 이를 보완해주는 차선책이 있다면 상황은 매우 달라집니다. 어떤 경우라도 그러하겠지만 다차원의 축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리스크에 강합니다. (50쪽)


그리고 '자아실현'이라는 말의 커다란 함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 '자아실현'의 억압이야말로 현대인의 정신을 좀먹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맥락을 보면 '지금의 나'는 임시적인 모습일 뿐 '진짜 나'가 아니고, 내 안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훨씬 더 훌륭한 '진정한 나'가 있어서 그것을 목표로 삼아 매진하며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적인 나'를 찾아 실현하라는 요구입니다. 물론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 즉 향상심을 갖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나를 찾아 실현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환상에 가깝다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설사 어느 정도까지 이루었다 해도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으니 결코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터입니다. (52~53쪽)



즉, '나다움'과 '자아실현'에 너무 짓눌리지 말고,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고찰하며, 한가지의 몰방하지 말고 다양한 시각을 가지라는 것이겠죠. 어디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마음속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 전 인상 깊에 읽었던 배우 김태리의 인터뷰가 떠올랐는데요. 김태리 역시 배우로서의 직업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출처: 뉴스에이드(http://www.news-ade.com), 김태리 인터뷰


출처: 뉴스에이드(http://www.news-ade.com), 김태리 인터뷰


출처: 뉴스에이드(http://www.news-ade.com), 김태리 인터뷰


한 가지 일에 올인하지 않는 것과 아닌 것 같을 때 그만둘 수 있는 용기. 1990년생 김태리는 빨리도 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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